“김광민 씨, 창구로 오세요. 김광민 씨.” 네 살의 나는 그 소리에 반응해 후다닥 창구로 달려갔습니다. 은행 창구는 내 키보다 훨씬 높아 보였고, 점원이 내 존재를 알아채지 못할까 두려웠습니다.
그때 엄마는 나에게 저축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김광민’이라는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매주 조금씩 받은 돈을 들고 은행에 가는 길은 항상 설렘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돈을 잃어버리면 엄마에게 혼날 것 같아, 돈을 꼭 쥐고 조심스럽게 걸어갔지요.
은행에 다닌 지 3개월쯤 되었을 때, 창구에서 다시 ‘김광민 씨’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은행원 누나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고, 그 이후로 은행에 가는 것이 기대되는 일이 되었습니다. 은행원 누나는 항상 같은 말로 내 이름을 불러주었고, 그 덕분에 저축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첫 정기예금 통장을 만들었습니다. 친척 중 누군가의 조언으로 정기예금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꾸준히 돈을 저축한 끝에 고등학교 졸업 시기에 2만 원이 7만 원으로 불어난 것을 확인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 돈을 가지고 친구들과 함께 근사한 저녁을 먹기로 결심했지만, 결국 대부분을 소비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소중합니다. 돈을 관리하는 법과 함께 친구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경험 덕분에, 나는 돈의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모바일 금융거래가 익숙한 세대지만, 어릴 적의 저축 습관과 은행 통장은 내게 큰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저축이나 송금을 할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저축의 시작은 항상 쉽지 않지만, 어린 시절부터의 작은 습관이 성장하면서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의 은행 통장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도 저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