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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우리가 왜 비교에 민감한지, 그 이유를 진화론, 경제학, 심리학, 사회제도 측면에서 풀어봅니다. 단순히 질투심이나 욕심 때문이 아니라, 상대적인 우위를 추구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 출발해, 그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부작용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까지 살펴봅니다. 총 20년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느낀 실제 사례와 경험도 함께 담았습니다.
상대성에 민감한 인간의 본성
“다른 사람들이 300만 원 받을 때, 나는 400만 원”
“다른 사람들이 600만 원 받을 때, 나는 500만 원”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선택을 합니다. 절대적인 금액으로 보면 두 번째가 더 많지만, 상대적 우위가 첫 번째에서 느껴지기 때문이죠.
이런 선택은 인간이 상대적 비교에 본능적으로 민감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경제학적으로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보다 더 강력한 것이 비교입니다.
이건 단순한 심리일까요? 아니면 우리 안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본성일까요?
진화론적 기초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비교는 생존과 직결됩니다. 더 나은 자원, 더 많은 짝짓기 기회, 더 높은 지위는 모두 생존 가능성을 높여줬습니다. 경쟁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고, 결국 비교에 민감한 유전자가 살아남은 겁니다.
이러한 비교 본능은 현대 사회에서 불안, 우울, 자존감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교가 늘 나쁜 건 아니지만, 과도한 비교는 건강한 삶을 해칠 수 있어요.
지위재와 비지위재의 스펙트럼
‘지위재’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이건 말 그대로 지위를 보여주는 소비재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명품 가방, 고급 자동차, 펜트하우스 같은 것들이죠. 이런 것들은 본질적 가치보다 타인과의 비교에서 가치가 생깁니다.
비지위재는 다를까?
물론 모든 소비가 그런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의료, 안전, 휴식 같은 건 비교보다 절대적 가치가 중요하죠.
책 『경쟁의 종말』에서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듭니다.
위험한 일을 해야 할 때,
- A. 다른 사람 사고 확률 0.1%, 나만 0.05%
- B. 다른 사람 사고 확률 0.005%, 나만 0.01%
대부분은 B를 선택합니다. 절대적인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거죠.
질문: 직장의 연차, 절대적일까 상대적일까?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나의 경험으로 보자면 ‘상대적’이라는 의견이 많았어요. 같은 일을 해도 옆 사람이 더 많이 쉬면 억울하다는 거죠. 이런 게 바로 지위재와 비지위재 사이의 스펙트럼입니다.
비교 경쟁이 초래하는 아이러니
노벨상 수상자 토마스 셸링 교수는 아이스하키 헬멧 착용 문제로 설명합니다.
헬멧을 안 쓰면 경기력이 좋아질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은 커져요. 그래서 모두가 “헬멧을 강제로 착용하자”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유에 맡기면 아무도 쓰지 않게 됩니다.
결국 모두가 위험 속에 놓이게 되죠. 왜냐고요? 남들이 안 하니까 나도 안 할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이건 상대적 이득을 추구하다가 모두가 손해보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회사 내 초과근무 경쟁, 학원가의 사교육 경쟁 등이 있습니다. 모두가 경쟁하면 결국 기준이 올라가고, 모두가 지쳐버리게 됩니다.
진화 본능과 사회제도의 충돌
진화는 우리에게 비교 본능을 줬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 본능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경쟁의 종말』의 저자 로버트 프랭크 교수는 다윈 경제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경제 활동은 다윈식 진화와 매우 유사하다고 합니다.
경쟁이 격화되면, 결국 모두가 손해 보게 되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그는 누진소비세를 제안합니다. 소비가 많을수록 세금도 많이 내는 방식이죠.
질문과 대답
Q. 비교를 안 하고 살 수는 없을까요?
A. 완전히 안 할 수는 없지만, 의식적으로 줄이는 연습은 가능합니다. SNS 사용을 줄이거나, 자신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도움이 돼요.
Q. 비교가 꼭 나쁜 건가요?
A. 아닙니다. 비교는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비교가 자신을 깎아내리는 방향으로 가면 문제가 됩니다.
Q. 아이들 교육에 비교가 영향을 줄까요?
A. 매우 큽니다.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 협동 중심의 교육이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마무리하며
우리가 비교에 민감한 건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하지만 그 본능이 현대 사회에서 과도하게 작동하면, 모두가 손해 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제도와 규칙을 통해 이 본능을 조절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입니다. 비교를 이겨낸다는 건, 타인보다 나은 삶이 아니라 내 삶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참고자료
- 로버트 프랭크, 『경쟁의 종말』, 안세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2012)
- The Darwin Economy – Goodreads